NESSIE IS DEAD

a4 종이, 네시 모형

1933년 5월 2일, 스코틀랜드의 한 일간지 Daily mail은 네스 호수의 형체가 불분명한 물체를 찍은 사진기사를 게재했다. 사진 속 피사체는 정확히 무엇인지 알아볼 수 없었지만 이 기사는 빠르게 확산되었다. 그 후 사진 속 미확인 물체에 네시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2016년 네시를 소재로 영화까지 제작되었다. 영국의 방송국 BBC는 600차례에 걸쳐 음파탐지 실험을 하고 위성 추적장치를 이용해 네스호의 구석구석을 뒤졌지만 결국 네시를 찾을 수 없었다. 이 후 사진은 한 사람이 침체된 마을을 되살리기 위한 목적으로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호수의 음침한 분위기와 한 사람의 상상력이 보태어져 가상의 괴물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네시의 존재를 믿는 이들에게 어떠한 과학적 증거제시로도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겠지만, 현실을 부정하여도 현실이 그들의 바람대로 바뀔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이 무엇을 보았던 그 순간의 느낌만은 분명 거짓이 아니라 믿는다. 과학이 네시에게 사망을 선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름이 살아 꿈틀대는 것을 보면, 우린 아직도 네시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원본사진과 유사하지만 미세한 차이를 가진 사본은 복사를 반복하며 점차 흐릿해지고 왜곡되어 추상화처럼 형태는 모호해진다. 수북하게 쌓인 사본들 속에서 진실은 왜곡되며 자취를 감추게 된다.

높은 곳에서 종이가 1-2분 간격으로 천천히 낙하한다.
바닥에는 약 1미터 높이의 종이가 수북히 쌓여있다.